지난 번 영상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을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별로 할 것은 없다.
이는 무슨 의미인가?
우리는 시장경제를 갖고 있다.
이는 시장이 가격을 만들면
자원이
이런식으로 배분되었다가
저런식으로 배분되었다가 한다.
이런 시스템에 의하여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이다.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만들어주고
시장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간섭을 안하면
경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경제는
소수의 엘리트(공산당)에 의해
중요한 사항을 정하고
경제 참여자들이 이를 따르게 된다.
따라서 중국은
금리와 같은 시장의 가격이
실제로 자원 배분을
일으키는 경우가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트들에 의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와 같은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는
선제적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
단적으로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오는 구간에도
사람들이 돈을 벌어보겠다고
투기적인 활동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선제적 대응은 안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어쩔 수 없구나' 라는
확신이 강해지면
후행적으로 가격이 급하게 움직인다.
금리도 많이 올랐고
환율도 많이 올랐다.
결국 이것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도록,
긴축적으로 만든다.
이렇게 시장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행동을 움직이게 한다.
시장이 자원 배분을 하도록
방치하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가
그 중 한가지이다.
이는 정부의 개입으로 줄여줘야하지만
그렇다고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것
그 자체에 개입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행동을 바꾸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시장경제의 최후 보루가 되는 것이
'준비금'이다.
이는 외환보유액이라고도 한다.
즉, 한국이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이다.
어느 나라에 가서든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달러, 유로(금을 제외하고)등으로
이를 준비 자산, 준비금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예금보험공사에
'금융 리스크 리뷰' 라는 발간물에
'미국 금리인상 및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위기'
2018년 여름호 참조)
그 당시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며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었지만
한국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1,050원 하던 달러원 환율이
1,120~1,130원으로 올라가던 시기였다.)
그때 상황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나고
다시 금리를 낮추며
쉽게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름대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 고민한 네 가지 사례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아래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금은 Reserve를 의미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첫번째 사례
1906년 4월 18일
리히터 규모 7.9 강진이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했다.
지진은 화재로 이어지며
시가지의 80%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 피해가 약 4억 달러
보험 피해액도 약 2억 3,000만 달러였는데
현재 가치로 따지면 110억 달러,
64억 달러에 달했다.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뉴욕에 있던 금융기관들이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하면서
뉴욕 금융가에는 자금 사정이
빡빡해지기 시작했다.
당시는 금본위제 시대로
보유한 금의 양만큼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기에
자금이 샌프란시스코로
흘러감에 따라
주식시장, 금융시장에 있는
뉴욕에는 돈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주식시장은
큰 걱정이 없었다.
그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영국에 보험을 많이 들어놔서
영국으로 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금으로 받으면
뉴욕에서 보험금을 받아
말라버린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
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영국도 다급해졌다.
대규모 금괴 유출은
영국 내 화폐 공급을 줄이고
화폐가 줄어 경기 침체를
낳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의 유출을 막기 위해
영국의 중앙은행은
다급하게 지급준비율을 올렸다.
(※ 지급 준비율은
예금을 맡긴 사람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왔을 때(뱅크런)을 대비해
은행이 고객으로 부터 받은 예금 중
의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할 금액이다.)
영국이 금리를 올리면
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금을 팔고 영국 파운드화를 사서
예금을 하면 이자를 많이 받게 된다.
따라서 영국이 금리를 올리면
금이 다시 영국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이로써
금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빠져나갔고
미국은 심각한 유동성 고갈에
시달리게 되었다.
1906년 10월부터 주가가 하락해
1907년 말까지 다우존스 지수가
약 50% 폭락하기에 이른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줄도산했고
지속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미국인들을 충격을 빠뜨리기 충분했다.
미국인들은 분노했다.
영국과 싸워 독립을 쟁취했지만
이는 단지 정치적 독립일뿐
경제적으로 미국은 여전히
영국의 식민지에 불과했다.
미의회가 나서
경제적 독립을 모색했고
그 결과
1913년 연방준비제도가
설립되었다. (Federal Reserve)
영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금리를 올려
연방정부차원에서 금을 모아두자.
현재 미국 연준은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장기 금리 안정 등
다양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당시에는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미 연준의 탄생은
기축통화가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세기 후반을 팍스 브리타니카
(Pax Britannica)라고 부르는데
영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세계를 압도하던 시기다.
잉글랜드 은행의 금리 조절로
세계의 통화 공급과
경기 방향이 움직였다.
하지만 미 연준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했고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영국의 체력도 약해지고
팍스 브리타니카도 저물었다.
1920년대 들어서자
돈은 더이상 잉글랜드 은행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이제 사람과 돈은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Roaring 20s (질주하는 20년대)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를 맞이한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결국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세계의 패권을
건내 받은 계기가 된 것이
미 연준의 창설이다.
지난 번 영상에서 이야기에서
미 연준이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치는 것은
경기를 하락으로
에너지소비를 줄여
연료 판매가 주 수입원인
러시아를 굴복시키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는 패권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미 연준이
무슨 패권 전쟁이
관여하느냐?
앞서 설명한대로
미 연준이 만들어진
1913년에는 물가 안정
고용 경제성장률에 관심이 없었다.
패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 미 연준이다.
Reserve를 만들어
다른 나라가 금융시장을 움직여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 미연준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Reserve 이다.
이러한 외환보유고(준비자산)를
잘못 움직여서 어려움을 겪은
나라들이 많다.
두번째로 아르헨티나,
튀르키예(구 터키)를 들 수 있다.
튀르키예는
준비자산을 다 사용해버리는
기묘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국내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상수지적자가 발생되면
이를 막기위해
단기 채권을 외국인에게 팔아
외환보유보를 늘린다.
단기로 금융을 융통해 쓴 것인데,
만약 아르헨티나의
미래가 불확실해
단기 국채를 사려고 하는 수요가
없어지면 준비자금이 줄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준비자산은
우리가 벌어서 모아두는 것이지
빌려서 쓰는 것이 아니다.
세번째로
1997년 한국의 사례가 있다.
참고로 한국의 환율이
1440원 대까지 올라간 것은
97년 외환위기,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현재까지 세번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도
준비자산을 잘못 사용한 유형에 속한다.
정부 재정이나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국내에서 긴축해서
정부 지출과 수입을 줄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긴축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거나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있으면
긴축을 못하고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커진다.
1997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97년 내내 여당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다가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이었고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며
환율이 올라가고 있었다.
만약 긴축을 시행하면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고
선거가 코앞이라
국민들을 설득할 시간도 없었다.
결국 여론을 의식해
긴축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에
한국 정부는 치솟는 환율을 막기 위해
준비자금을 부어가며
외환시장에 개입하였다.
결국 외국인들은 썰물처럼 준비금을
받고 탈출하고
곧 외환보유고(준비자산)는 고갈된다.
국가부도다.
사실 국가 재정 문제나
경상수지 적자는
제 1 방어선이 무너진 정도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이 심화되면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급격하게 늘어가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환율이 급격하게
솟아오르는 것을 빈번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때 외환보유액(준비자산)을 풀어
환율 방어선을 막겠다고 덤벼들면
최후의 보루인 제 2 방어선도
무너지고 국가부도로 직행한다.
97년에도 경제 위기를 막기위해
가파른 환율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오히려 시장에서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인위적으로 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여기서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그대로 보유한 상태로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도록 방치했다면?
당연히 환율이 폭등하고
수입물가도 솟아올라
서민들의 생활 형편이 악화된다.
그 결과 시장이 시키는대로
사람들도 긴축을 할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올라버린 물가에
연봉이 올라도 실직소득이
줄어드는 형태가 되어
저절로 긴축을 유발한다.
환율이 긴축효과를 내게 되면
당연히 경제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지킬 수 있다.
결국 지켜낸 외환보유액에 의해
국가부도의 사태를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
결국 필요할 때 쓰라고 보유한 것 아닌가?
저수지에 물을 보관하는 것도
필요한 때 물을 끌어나 쓰려는 용도 아닌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외환보유액은 왜 쌓아 놓는 것인가?
외환보유액은 환율 급등시
그것을 끌어다 사용해
막기 위한 용도가 아닌것 같다.
준비자산이 풍족하면
어느 순간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우리에게 투자하려는
세계 자본이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많다.
빌려줘도 안 떼먹겠다.
그리고 힘들 때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니까
돈 빌려줘도 되겠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준비자금은
사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우리에게
투자할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그 기반을 만들어 놓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1997년의 외환 위기를 통해
우리는
'외환보유액, 준비자산,
Reserve 는 비상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지금도 올라가는 환율을
외환보유액으로 막는다면
결국 97년의 악몽을
재현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방치하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네번째 사례는 러시아와 브라질이다.
당시 브라질이 어렵던 경제환경에서
폭등하는 환율을 어떻게 벗어났을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제재와
유가 폭락(미국의 산유량 증가와
OPEC국가의 증산- 당시에는
OPEC 국가들이 미국말을 잘 들었다.)
으로 러시아 경제가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하지만 브라질, 러시아 모두
폭등하는 환율 속에서도
외환보유고를 풀지 않고
물가가 폭등하자
금리를 더 올려 긴축을 강화했다.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국가부도 사태는 피했고
경기침체도 단기간에 끝낼 수 있었다.
정리
결국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시장경제라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사전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예측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을 막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문제가 생기면
시장가격이, 금리가,
환율이 움직이며
잘못되었던 것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을 잡기 시작하면
시장의 자동 조절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국가부도사태까지
이어졌던 것은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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