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장통

담담한 2022. 8. 19. 13:03

표지가 특이하다.

그보다 특이한 것은 생태학 석사학위를 받은 필자가 진화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다.

생물학과 진화심리학? 관련이 있을까?

 

필자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다윈의 진화 이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든 생물들을 간명하게 설명해준다라고.

그래서 이 책은 진화를 우리 일생에 초대하여 우리의 삶에 진화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리고 진화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마음은

외부 사회나 구조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는 요술 찰흙이 아니라

톱, 드릴, 망치, 니퍼 같은 공구들뿐만 아니라 

현재에 들어 필요한 전기 대패, 전동 공구등도 함께 들어 있는 오래된 연장통이라고 칭한다.

즉, 우리가 가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오래전에 사용해온 투박한 공구들로 인한 현상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생소하고 흥미로웠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1.유발된 문화, 전파된 문화 (문화와 진화의 관계)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남편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준다. 

하지만 10%의 사회에서는 자식이 아닌 누이의 자식(조카)에게 재산을 물려준다.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식이라고 생각되는 생명체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아빠가 친자식에게 유전자를 공유할 확율은 50%

누이의 자식과 유전자를 공유할 확율은 25%

하지만 부성 불확실성이 극심한 사회(바람피는 것이 대세인 그런 곳?)에서는

내 유전자가 확실히 섞인 누이의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더 확실한 진화적 선택이된다.

이렇게 보편적인 심리가 각기 다른 환경에 반응하여 다른 결과물을 낫는 것을 '유발적 문화'라고 한다.

 

어느 제과회사에서 새로운 팝콘들을 출시했다.

고소한 깨소금, 달콤한 성탕, 청양고추, 생강 맛.

누가봐도 어느 팝콘이 안 팔릴지는 뻔한다.

그만큼 우리의 미각은 단 맛과 짭짤한 맛을 선호하게끔 설계되어으며

이러한 맛은 쉽게 흥미를 끌고, 오래 기억되고, 전파된다.

이러한 보편적인 것들을 전파된 문화라고 한다.

이래도 문화와 진화가 관련이 없을까?

오히려 너무 얽혀있어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가 높다.

그리고 어느 나라와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상식이 아닌 더 큰 범위에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2. 최소한도로 반직관적인 믿음

 

인지심리학자 파스칼 보이어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주 약간만 낯설고 이상한 것에

관심이 가고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를 코코아로 워렌버핏을 웨런버핍으로 이야기하는 경우,

웃음이 있고, 그 단어를 더 잘 기억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최소한도로 반직관적인 항목들이 직관적인 항목들에 비해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다.

 


 

-3. 부모의 자애를 반려동물이 일방적으로 착취?

 

생물학자들은 두 종사이의 공진화(함께 진화)에서 한 종은 이득을 얻지만

다른 종은 손해를 보는 관계를 기생이라고 부른다.

단적인 예로 뻐꾸기가 개개비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달아나고

뻐꾸기 새끼는 개개비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개개비가 뻐꾸기 새끼를 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이다.

 

이렇듯 반려동물도 인간의 자식을 향한 절실한 사람을 착취해 음식과 보금자리를 얻어 낸다.

자식을 양육한다는 기능을 수행하게끔 진화한 인간의 정서 기제가 뜻하지 않게

반려동물의 번식 성공 확율을 높여주며 인간의 번식상의 손실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여러 사례들이 있다.

진화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진화 속 오래된 연장통의 연장들로 인해

아직도 비합리적 의사결정과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가 아닌 '왜'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파헤쳐보고 더 나은 의사결정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들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